과거 어느 요양병원에서 잠시 다른 업무로 일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중환자실에는 60대 남자 환자분이 계셨는데, 지금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분의 눈동자가 노랗게 변한 것을 보고 전형적인 황달 증상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환자분은 중환자실에서 볼 수 있는 와상환자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연세도 비교적 젊었고, 의사소통도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대화를 나눠보았습니다.
"왜 입원하게 되셨나요?"라는 제 질문에 그는 "그냥 아파서 입원했다"라고 짧게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어디가 어떻게 아파서 그런 것인지에 대한 얘기는 안 했습니다.
이어 "가족들은 면회를 오시나요?"라고 물었더니, 그는 단호하게 "오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간호사들에게 물어보니, 환자분의 병명은 "간경변과 간암"이고 말기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환자 본인은 자신의 병명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치료를 받으면 건강을 회복할 거라고 믿는 듯했습니다. 간호사들은 보호자들의 요청으로 병에 대해 환자에게 말하지 않는다고 했고, 저도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습니다. 대신, 그의 삶과 입원 전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했습니다.
그가 말하길, 지난 세월 동안 술을 상당히 많이 마셨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니 그의 간 상태가 알코올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화를 이어가며 다시 한번 가족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가족들이 왜 면회를 오지 않나요?"라고 묻자 그의 말이 조금 묵직하게 들렸습니다. "가족들하고 많이 싸웠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후 간호사들은 그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폭언, 혹은 폭력을 행사했었고, 결국 가족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결국, 이 환자분은 병세가 악화되면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먼 훗날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안고 살아가지만, 알코올 중독에서 비롯된 외로운 죽음은 서글픈 여운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잡담....
대한민국은 아직까지는 알코올 중독에 대해서 관대하지 않나 싶습니다. 술을 즐겨 마시는 분들이 많고, 술을 권하는 사회문화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술은 담배와 마찬가지로 기호 식품으로 분류가 되었기에, 마트나 편의점만 있으면 쉽게 술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격도 비싸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식당에서 회식할 때도 술이 빠지지 않습니다.
인간적으로 말하자면, 술이 오히려 마약류보다 더 위험한 물질이지 않나 싶습니다. 마약류는 매우 강한 각성제이고 인위적으로 제조를 해서, 국가에서 법령으로 통제를 하지만, 술은 오랫동안 제조를 해왔고, 법령으로 통제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알코올 환자가 전문 병원을 통해 치료를 받았다 하더라도, 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재발 위험이 큰 듯합니다. "술 한잔이면 어때?"라는 말 한마디를 거부하기 어려운 그런 환경인 셈입니다.
참고로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섭취 후 10%는 땀과 소변, 호흡으로 배출된다고 합니다. 나머지 90%는 위와 소장에서 흡수되고, 인체의 모든 조직과 체액에 존재하게 된다고 합니다.
본인이 일주일에 소주 2병 이상, 여성의 경우 1병 이상의 음주를 하신다면, 전문의의 상담을 해보시길 권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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