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으로 이사를 온 지 한 달이 되어 가지만 아직 이렇다 할 일자리를 찾질 못했다.
생산직 공장을 알아봤지만 대부분 강서구에 몰려있었다. 그리고 금정구 회동동이나 사하구에 조금 있을 뿐 시내권에서는 이렇다 할 회사가 보이지 않았다.
강서구는 김해하고 가까운데 출퇴근이 너무 길어서 힘들다. 다른 지역도 멀었다. 기본이 1시간 반이 걸리는 출퇴근인데 차가 밀리면 2시간도 걸렸다. 왕복으로 치면 4시간이다. -_-;; 난감했다.
부산에 일자리가 이렇게나 없다니, 몇 명 안되는 지인도 부산에 관광하러 가는 것은 좋으나, 이사는 절대로 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 사실인 것 같았다.
일단 지하철을 이용한 일자리 찾기에 나섰다. 부산 지리는 백지라서 서면역에서도 길을 잃어서 방황을 하기도 했다. 체중도 비만인지라 살뺀다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시내에서 경비원이라도 해볼려고 면접은 3번 봤는데 "나이가 어려서 안 되겠다"라고 하면서 퇴짜를 놓는 것이다. -_-;; 나이가 어릴수록 써먹어야 하는것 아닌가?
부산이 그리워서 다시 부산으로 왔건만 일자리를 얻질 못하면 다시 충청도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여동생을 남기고 다시 가기에도 부담스러워서 일단 일자리를 찾으려고 열심히 걷고 뛰었다.
그런데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릎이 아팠던적은 없었는데, 땅바닥에 닿기만 해도 고통이 컸다. 그래서 정형외과에 가서 초음파 사진을 찍으니 무릎에 물이 찼다고 했다. 의사선생이 주사기를 꼽고서는 물을 뺐는데 많이도 나왔다.
벼룩시장을 뒤지니 병동보호사를 구한다는 글귀가 보였다. 시니어도 가능하다고 하길래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직장이라는 느낌? 이 들어서 면접을 보러 갔다.
이빨이 없으면 잇몸이라도 써야 하듯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이라면 해볼생각이었다. 병원은 해운대에 있는 자명병원이었다.
원래 면접후기는 블러그에 올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명병원에서 면접을 볼 때 느낌이 좋아서 후기로 남기기로 한다.
네이버나 구글등 포탈을 검색했는데, 어느 정도 병동보호사에 대해서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원장선생이나 간호사님의 보디가드도 해야 하고, 환자들과 잘 놀고, 잘 살피는 직업이다. 의사나 간호사님의 수발이 되어야 하는 직업이었다.
나도 한때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정신질환자들이 어떤 성향을 보이는지 약을 먹으면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알고 있다. 나도 여러 부작용을 거친뒤, 나에게 맞는 약을 찾았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면, 색안경을 끼고서 바라봤는데, 지금은 정신과 진료를 받는분들이 많아서 일반 종합병원도 몇 달을 기다려야한다. 그 만큼 흔해졌다.
자명병원은 정신병동이 있는 전문 병원이다. 벡스코역에 도착을 해서 길 따라 올라갔는데 좀 걸어야 했다. 살을 빼기에도 좋은 코스에 병원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 병원에 들어갔을때 다른 분이 면접을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는데 분위기가 좋은 병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얼마 안 가서 간호사님이 면접실로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몇 분의 선생님들이 면접을 해주셨는데, 마치 집에서 면접을 보는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었다.
자기소개서는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었다. 자랑할만한 이야깃거리도 없었기에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다. 민망한 자기소개서였다.
면접을 보시는 선생님이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다. 느낌상 좋은 의사 선생님들이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다른 회사의 면접이었다면, 퇴짜를 놓을게 뻔했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고, 커피도 안 마시고, 마약도 안 하고, 카페인 음료도 안 마시는 것 말고는 내세울 게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외국계 회사에 취업도 했었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험때문에 얼마안가서 강제 퇴사를 시키는 것이었다. 색안경이 이래서 무섭다. 이런 트라우마도 가지고 있기에, 나에게 있어서는 좋은 면접관을 만나는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불합격이 될거라는 느낌이 강했다. 마지막에 키는 얼마고 몸무게는 얼마냐고 물었는데 "비만"이라고 대답을 했다. 비만 환자는 회사에서도 잘 뽑아주지 않는다는걸 알고 있었기에 속으로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비만이 된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전에 닭공장에서 일을 했는데, 닭고기 요리를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면접은 잘 보았지만, 12월 1일에 통보를 해준다고 했다. 그렇지만 다음날에 자명 병원 간호사님에게 "다른 분에게 기회를 드리는 게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급하면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성급하게 일자리만 얻을 요량으로 취직을 한다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알고 있기에 이왕 부산에 왔으니 차분하게 일자리를 구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시간을 소비하셨는데, 그분들에게 미안함이 생겼다.
부산 해운대쪽에서 정신과 진료를 보실 분이라면 자명병원을 추천하고 싶다. 일단 선생님들이 좋은신분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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